Monday, June 17, 2024

[강태광의 기독교 문학산책] 김은국의 “순교자(the Marty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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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 목사

김은국의 “순교자(the Martyred)”

김은국의 소설 ‘순교자(The Martyred)’는 한인 작가 작품 중에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상정되었던 작품입니다. 미국 대학들에서 강사, 교수로 활동했던 김은국이 영어로 쓴 소설입니다. 소설 ‘순교자’는 1969년에는 스웨덴 한림원에 의해 정식으로 노벨상 수상 후보에 오르며 한인 작품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당시 “순교자”는 까뮈와 도스트예프스키의 작품과 맞먹는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순교자 (The Martyred)’가 1964년에 뉴욕에 있는 조지 브래질러(George Braziller)사에서 출판되자, 김은국은 미국 문단에서 이름을 떨치게 되었고 소설 순교자(The Martyred)는 소설 분야에서 20주 동안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1965년엔 권위 있는 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 후보에 지명됐고 이후 이 소설은 약 20개국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한국에선 서울대 장왕록 교수(고 장영희 교수의 부친)의 번역으로 삼중당에서 출판되었고 두 번째는 1978년 경희대 도정일 교수의 번역으로 시사영어사에서 출판하였고, 1990년에 저자 김은국의 뜻으로 을유문화사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아울러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유현목 감독, 김진규, 남궁원 주연 영화로, 연극과 오페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작가 김은국(金恩國, Richard Eunkook Kim)은 1932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시대적으로 힘겨운 시절을 보냅니다. 어린 시절에 일제 강점기, 청년기에 남북분단을 겪습니다. 해방 후 월남하여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상대를 다니다가 6·25를 맞아 통역장교로 근무합니다. 같이 근무한 미군들의 주선으로 도미하여 존스홉킨스대, 하버드대 등에서 수학 후 매사추세츠대에서 창작법을 강의했습니다. 또 1981년부터 2년간 교환교수로 서울대 영문학과에서 재직하기도 했습니다.

소설 ‘순교자’는 6·25 한국전쟁 당시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모델로 삼은 실제 주인공이 있었을 뿐 아니라, 흡사한 사건이 존재했다고 전해집니다. 물론 소설의 특성상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었을 것입니다. 이야기는 남한이 평양을 탈환한 시점부터 전개됩니다. 서울대 역사학 강사였다가 전쟁 발발로 입대한 육군본부 정보처 이 대위는 전쟁 직전 평양에서 일어난 목사 집단처형 사건을 조사합니다. 육군본부 정보처장 대령은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로 선전하고 큰 추도예배를 계획하면서 순교자 12명에 대한 자료를 더 많이 수집할 것을 이 대위에게 명령합니다. 장 대령은 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선전하려는 목적으로 이 일을 추진한 것입니다.

정보장교 ‘이 대위’는 목사 처형사건의 진상을 알아보라는 정보처장 ‘장 대령’의 명령을 받고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던 중 12명의 목사 처형사건의 생존자 ‘신 목사’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애초에 14명이 체포되어 12명의 목사는 처형되는데 신(申) 목사와 한(韓) 목사가 생존자로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한(韓) 목사는 심문 과정에서 정신 이상자가 되어 살아남게 되었고 신 목사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생존자가 되었습니다. 이 점이 이상했던 이 대위는 신 목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지만 신 목사는 끝내 침묵합니다. 그러면서 진실을 얘기하라는 이 대위의 말에 ‘그들이 진실을 원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소?’라는 아리송한 말을 남깁니다.

한편 평양 교인들은 살아남은 신 목사가 빨갱이들의 스파이이고 다른 목사들을 팔아넘겼다고 생각하고, 처형된 12명의 목사들을 ‘순교자’라 추앙합니다. 교인들뿐만 아니라 평양에 남아 있었던 모든 시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습니다. 후에 14명의 목사들을 고문하고 취조했던 인민군 최(崔) 소좌가 국군의 포로가 되어 밝힌 진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밝혀진 처형 현장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총살당한 12명은 끝까지 기도하며 성스럽게 죽어갔을 거라는 교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들은 비굴하게 살려달라고 애걸하다 한마디로 ‘개’같이 죽었습니다. 반면 신 목사는 고문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을 모독하며 고문하는 인민군 간부를 훈계하는 등 성직자로서의 기개와 체신을 지켰습니다. 그래서 그의 당당함과 성직자다운 기개를 높이 산 인민군 간부가 살려 주었던 것입니다.

소설 ‘순교자’는 거듭되는 반전을 통해 전개가 흥미진진합니다. 아울러, 이 작품 발표 당시 극찬을 받았던 것처럼 전쟁이라는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이념, 진실, 종교, 신념, 그리고 구원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소설 순교자는 무신론자의 눈으로 극한 상황에서도 실천되는 신앙의 의미와 사람들의 반응을 적나라하게 다룹니다.

소설 순교자가 던지는 메시지를 하나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메시지는 우리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배신자로 낙인찍혔던 신 목사가 진정한 순교자였고, 순교자로 추앙받고 추모예배의 대상자였던 12명의 목사들이 배신자들이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지금도 이런 왜곡이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순교자와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순교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세상이 알아주는 믿음과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믿음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행히 신 목사의 진정한 삶은 밝혀졌지만, 주님 앞에 서는 날까지 밝혀지지 않는 진실도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쉬운 판단도, 쉬운 정죄도, 쉬운 좌절도 말아야 합니다.

필자의 머리를 가득 채우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누가 진심으로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일까? 누가 참된 신앙인일까? 누가 성공적인 목회자일까? 누가 참된 하나님의 사람일까? 누가 순교자의 신앙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참 신앙의 모습이 희귀한 이 시대에 하나님만이 대답하실 수 있는 이 질문들을 마음에 품고 어리석고 우둔한 판단과 평가를 멈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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