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와 라커룸 공용 반대
반대 학생, 종교적 신념 따른 것
미국 버지니아주의 루던 카운티 공립학교가 다시 한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에는 라커룸에서 녹음된 대화와 그에 따른 징계 조치로 인해 연방 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논란은 해당 카운티의 스톤 브리지 고등학교 라커룸에서 일어난 휴대폰 동영상과 관련있다. 이 동영상에는 남학생으로 보이는 생물학적 여학생이 그들의 사적인 대화를 녹음하는 것에 놀라고 불편해 하는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논란은 2021년 교육위원회에서 채택한 루던 카운티의 8040 규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이 규정은 학생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맞는 화장실과 라커룸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규정 중에는 라커룸과 같은 공간에서의 녹음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 논란과 관련있는 한 학생의 어머니는 “전국적으로 이성과 라커룸을 공유하는 것을 매우 불편하게 느끼는 남학생들이 많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섣불리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동영상을 녹화한 트랜스젠더 학생은 녹화 금지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정학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해당 교육구는 세 남학생에 대한 타이틀 9 위반 여부 조사를 시작했다. 두 명은 기독교인이고 한 명은 무슬림으로, 이들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학생과 라커룸을 공유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틀 9는 연방 지원금을 받는 학교에서는 성에 기반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해당 학생에게 심각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심각한 조치란 이 결과가 학적부에 남게 돼 향후 대학진학과 사회생활에 큰 타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구의 사건 처리는 양측 모두로부터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분노한 학부모들이 최근 학교 이사회 회의에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제이슨 미야레스 버지니아 법무장관에게 라커룸 사건 이후 루던 카운티 공립학교가 취한 조치와 관련, 세 남학생에 대한 권리 침해가 있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미야레스 법무장관에 의하면, 이 사건은 연방 정부에도 회부됐다. 따라서 연방 차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버지니아주를 비롯해 타주에서도 학교의 성 관련 규정 시행 방식이 변경될 수 있다.
루던 카운티 논란은 학내 성 정체성과 종교적 권리를 둘러싼 전국적인 분쟁 패턴의 일부에 불과하다. 메릴랜드주의 성소수자 커리큘럼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학부모부터 텍사스주의 대명사 사용 논쟁, 캘리포니아주의 화장실 규정 충돌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루던 카운티의 이번 논쟁은 공립학교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을 정의하는 데 아주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영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