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 이상화 대표
교회의 구조적 한계와 대안을 제시
“소그룹(가정)은 유기체로서의 교회”

가정이 해체되고 있는 시대, 한국교회는 어디에 응답하고 있는가. 2025년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 대표이자 30년간 소그룹 사역을 연구해 온 이상화 목사를 만나, 오늘날 가정사역의 구조적 문제와 대안으로서의 소그룹 사역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국교회가 여전히 1990년대 산업화 시대의 ‘정형화된 소그룹 시스템 가족 모델’에 갇혀 있으며, 새로운 시대의 유기적 가족 유형인 소그룹에 대한 이해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아버지학교가 당시 아버지 세대의 혼란에 응답했던 것처럼, 지금 시대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역동적인 소그룹이 그 응답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목사는 90년대 이후의 급속한 사회 변화 속에서도 교회가 여전히 4인 가족 중심의 사역 구조, 수직적 행정 시스템, 교회 성장 중심의 프로그램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대부분 교회는 소그룹을 ‘성장을 위한 도구’로만 여겨왔습니다. 교회 성장, 조직 유지, 관리 효율을 위한 시스템일 뿐, 영적 안전망이나 정서적 공동체로서의 의미는 간과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코로나19 이후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본다. 사회적 고립과 개인화가 심화되면서, 교회 안에서도 ‘관계적 회복’과 ‘정서적 연결’을 제공할 수 있는 구조가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느끼고, 심지어 예배에 참여하고 있는 성도 중 46%도 외로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교회가 그저 예배만 드리는 공간이 아니라면, 이 고립을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 목사는 소그룹이 그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단, 그것은 단순한 ‘성경공부 모임’이 아닌 영적 가족(ekklesiola in ekklesia), 즉 공동체 내의 유기적 지체로서 기능할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전제한다.
“과거엔 소그룹이 구역, 교구, 셀 등 교회 운영 단위로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라이프사이클 기반 공동체’, ‘연령별 소그룹’, ‘삶의 문제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특성화된 안전한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이 목사는 일례로 최근 교회들이 청년 싱글, 돌싱, 신혼부부, 고령자 등 생애주기별 소그룹을 시도하고 있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리더 훈련’을 강조했다.
“소그룹은 ‘유기체’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교회는 소그룹을 여전히 ‘관리체계’로 접근합니다. 리더에게는 ‘가르치기’보다 ‘경청과 코디네이션’ 역량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목회자는 리더를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의식을 개방시키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그는 특히 교회 내부의 갈등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특정 세대나 계층을 중심으로 사역이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장년층이나 기존 전도회 조직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 역시 ‘소통과 훈련’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본다.
“변화를 시도할 때, 목회자는 공동체 전체의 인식 구조를 고려해야 합니다. 구조 개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 변화이고, 그것은 시간을 들여 ‘함께 훈련’하며 이뤄야 합니다.”
이 목사는 소그룹 사역의 확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따로 또 같이’라는 교회 생태계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본다. 각자의 방에서 생활하지만 식탁에서 함께 만나는 가족처럼, 각기 다른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이 교회 안에서 정서적, 영적 연결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단 한 영혼도 은혜의 사각지대에서 눈물 흘리게 해선 안 됩니다. 교회는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변질되어선 안 됩니다. 말씀, 기도, 교제, 사랑의 본질은 지키되 구조는 바꿔야 할 때입니다.”
이상화 목사의 메시지는 소그룹이라는 틀에 갇힌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가정이라는 실존적 기반이 무너지는 시대에, 교회가 어떻게 대안 공동체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응답이다.
한국교회가 여전히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이제는 ‘가정’과 ‘공동체’의 구조부터 다시 짜야 할 때다. 소그룹은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기독신문]